이전 글에서 탈모치료제의 양대 산맥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에 대해 살펴 보았고 보조제로 쓰이는 미녹시딜과 엘크라넬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지난번에 다루지 못했던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에 대한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전 글의 제목이 '모든 것'이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모든 것을 다루지는 못했다. ㅠㅠ
이 글은 탈모약에 대한 각종 질문과 궁금증에 대해 각종 문헌과 의사들의 의견, 직접 경험한 것 등을 종합해서 작성했다. 혹시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에서는 대다수의 견해를 따랐다.
1.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진짜 부작용이 심한가?
피나스테리드 섭취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2% 미만이라는 보고가 있지만 (관련기사) 일선에서 탈모를 치료하는 의사들에 의하면 체감상 2%보다는 높다고 한다. 하지만 설령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을 먹으면 안될 정도로 심한 경우는 정말 극소수이며 이 때 약을 끊으면 부작용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온다. 또 처음에는 이런저런 부작용이 나타났다가 계속 먹으면 몸이 적응을 하면서 부작용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매우 드물긴 하지만 그간 없던 부작용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병이 생겼거나 몸 상태가 나빠졌을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피나스테리드의 부작용 중 하나로 알려진 브레인 포그의 경우 딱히 연구나 임상실험을 통해 부작용으로 확인된 바가 없고 실제로 탈모약을 먹는 환자 중에 브레인 포그를 호소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결론적으로 부작용이 걱정되서 탈모약 먹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설령 부작용이 있더라도 심각한 경우는 매우 적고 설령 심각한 경우도 약을 끊으면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만약 부작용이 있다면 섭취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보다는 먹는 양이나 주기를 조절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피나스테리드는 약을 1/4로 잘라서 섭취해도 나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며 두타스테리드는 약효가 최대 3일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3일에 한번만 섭취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2. 탈모약은 평생동안 먹어야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그렇다'이다. 탈모약의 약효 지속기간은 피나스테리드가 하루, 두타스테리드가 2~3일이기 때문에 계속 약을 먹어야 약효가 유지되며 약을 중단할 경우 2달 정도 지나면 약을 먹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되는 약이 생각보다 많다. 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탈모도 일종의 만성질환이다. 물론 탈모는 목숨이나 건강과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병이나 질환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여튼 본인에게 일단 탈모가 왔다면 계속 약을 먹어야 되는 병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카락에 대한 욕심은 나이가 들었다고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탈모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에 의하면 모발이식을 시도하는 환자 중에는 70살이 넘은 환자가 꽤 있고 심지어 80살이 넘은 환자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머리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기 전까지는 계속 먹도록 하자.
2-1 그런데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설명서에는 복용 가능한 나이가 적혀 있던데?
탈모약을 구입한 후 설명서를 보면 피나스테리드는 42살까지, 두타스테리드는 50살까지 복용하라고 적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보고 이 나이가 지나면 먹지 말라는 건가? 나이가 들어서 먹으면 약효가 없거나 떨어지는 건가? 라는 걱정을 한다.
결론적으로 이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탈모약 설명서에 적혀 있는 나이는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임상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나이대를 기준으로 정한 것일 뿐 그 나이가 지나면 먹으면 안된다거나 약효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일선 의사들의 의견을 또 빌리자면 환자가 건강하기만 하면 나이를 많이 먹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약효와 별도로 나이가 들면서 그간 없었던 부작용이 생기거나 노인성/질병성 탈모처럼 기존의 남성형 탈모와는 다른 원인에 의해 탈모가 발생할 수는 있다. 여튼 나이를 먹었다고 탈모약의 약효가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3.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 좋을까?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기본적으로 작용 기전이 같고 다만 두타스테리드가 차단능력이 더 좋고 차단하는 알파환원 효소의 종류가 하나 더 많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만 따졌을 때는 두 약을 같이 또는 번갈아서 먹는 것 보다 그냥 두타스테리드만 먹는게 훨씬 낫다. 반면 미녹시딜이나 엘크라넬은 피나스테리드와 작용기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같이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모인 중에 몇몇 용자들이 이런 복용 실험(?)을 해본 것 같다. 두 약을 한꺼번에 같이 먹는 경우도 있고 매일 번갈아가면서 먹는 경우도 있는데 평가는 제각각이다. 시너지효과가 나서 더 빨리 회복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특별히 더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두 약을 번갈아 먹는 실험을 두달 정도 해 본 사람인데 ㄷㄷㄷ 솔직히 말해서 특별히 치료가 더 잘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4.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는 언제 먹는게 좋은가?
보통 탈모약은 하루에 한 번 먹으니까 먹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먹으라고 한다. 의사들이 가장 권장하는 복용 시간은 자기 직전이다. 특히 부작용이 발생했는데도 이걸 감수하고 먹는 경우는 반드시 자기 직전에 먹으라고 한다. 피나스테리드와 관련된 각종 부작용, 즉 성기능 장애, 무력감, 브레인 포그 등은 약을 먹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설령 부작용이 나타나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은 자는 시간에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5. 뿌리는 피나스테리드(핀쥬베)는 먹는 약과 비교했을때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
0.25%의 액상 피나스테리드를 두피에 바르면 두피에 존재하는 DHT 농도가 먹는 피나스테리드를 섭취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 임상실험으로 탈모 방지 효과를 비교했을 때도 뿌리는 피나스테리드와 먹는 피나스테리드의 효과가 비슷하게 나왔다. 따라서 부작용 때문에 먹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를 사용하기 힘든 경우에는 뿌리는 피나스테리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보령약국에서 핀쥬베라는 이름으로 스프레이형 피나스테리드를 출시했다.
문제는 핀쥬베 18ml 한 통 가격이 15만원이 넘기 때문에 먹는 피나스테리드에 비해 가격 장벽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연구결과에 의거했을 때) 하루에 최소한 1ml는 뿌려야 되니까 보름 남짓 쓰면 새로 사야 된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뿌리는 피나스테리드에 대한 특허가 아직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특허가 2029년 7월 29일 만료된다. 따라서 뿌리는 피나스테리드는 2030년 이후에나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핀쥬베의 또 한가지 문제는 두피에 제대로 도포하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피가 아니라 머리카락에 묻은 핀쥬베는 탈모방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길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양도 많아진다. 이는 미녹시딜이나 엘크라넬과 같은 다른 도포형 탈모약에도 공통적으로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피나스테리드건 미녹시딜이건 그냥 먹는 약을 사용하고 있다. ㅠㅠ
6. 맥주효모와 판시딜은 탈모에 효과가 있나?
1960년대에 독일 칼스버그 맥주공장의 근무자들이 풍성한 모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조사를 해 봤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맥주효모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맥주효모가 탈모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1978년 독일 머츠(Merz)사에서 판토가를 출시했는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현재도 널리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동국제약에서 판토가의 카피약인 판시딜을 출시했다. 이 판토가와 판시딜은 맥주효모를 기반으로 각종 영양성분(주로 비타민)을 첨가한 것이다.
그래서 맥주효모와 판토가가 과연 탈모에 효과가 있는가? 아쉽게도 맥주효모는 직접적으로 남성형 탈모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그나마 맥주효모에 비오틴이 풍부하기 때문에 비오틴성 탈모에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비오틴 결핍으로 인해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맥주효모는 모발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공급해서 모발의 질(굵기와 강도 등)을 향상시키며 이게 모발의 수명연장에도 간접적으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탈모 치료에 전혀 기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단독으로 탈모약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다른 탈모약과 함께 먹는 보조제로는 활용할 수 있으며 탈모가 없더라도 모발에 관심이 많다면 먹어볼 가치가 있다.
그럼 굳이 비싼 판토가/판시딜을 먹을게 아니라 좀더 저렴한 비오틴이 포함된 종합 비타민제를 먹으면 되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되고 심지어 그냥 가루나 알약 형태로 파는 맥주효모를 먹어도 된다. 애초에 판토가(판시딜) 자체가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이 아니라 그냥 맥주효모에 이것저것을 섞어 놓은 영양제이고 그래서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다.
참고로 이름은 맥주효모이지만 정작 맥주에는 맥주효모가 거의 없으니 모발 건강에 좋다고 맥주를 마구 마시는 실수는 범하지 않도록 하자. 맥주효모는 맥주의 원료(보리 또는 밀)를 발효시킨 후 맥주를 만들 때는 걸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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