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쪽에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라는 양대 산맥이 있다면 발기부전약 쪽에는 실데나필과 타다라필, 상표명으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라는 양대 산맥이 있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특허가 풀리면서 한국에도 카피약이 많이 나와 있는데 대표적인 카피약이 비아그라 카피약인 팔팔과 시알리스 카피약인 구구이다.
그런데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알겠는데 카페인도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다고? ㄷㄷㄷ 이제부터 두 약의 작용 기전에 대해 알아보면서 추가로 카페인이 발기력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알아보자. 제목만 보고 덥썩 커피를 마시기 전에 아래의 내용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그리고 카페인)가 어떻게 발기부전을 치료하는지 이해하려면 일단 남성의 발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아야 될 것이다. cGMP와 PDE-5라는 두 물질을 반드시 기억하도록 하자.
1. 발기의 기전
자세히 이야기 하려면 상당히 복잡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최대한 간단하게 이해해 보자. 일단 음경의 단면을 보면 두개의 음경해면체가 있는데 이게 바로 발기를 일으키는 구조물이다. 음경해면체 내부는 수세미 형태의 망상 구조로 되어 있어서 혈액이 유입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중앙에는 음경해면체동맥이라는 혈관이 위치하고 있다. 하방에 위치한 요도해면체는 요도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로 발기와는 관련이 없다.
음경해면체동맥은 직경이 0.5~0.7mm 정도의 매우 가는 혈관으로 평상시에는 혈류량이 매우 적다. 그러다가 성적 자극을 받게 되면 음경해면체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의 말단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신경전달물질이 몇단계를 거쳐 음경해면체동맥을 2배 이상 확장시키게 되며 이로 인해 평상시의 5~10배에 달하는 혈액이 해면체 내로 유입된다. 이 유입된 혈액이 해면체의 부피를 증가시켜서 음경을 확대시키는데, 이게 바로 발기 현상이다.
부풀어 오른 음경해면체는 상부에 있는 음경정맥을 압박하게 되며 이로 인해 혈액이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발기가 지속되는 것이다. 음경의 강직도는 음경해면체의 내압과 관련이 있는데 유입된 혈액량이 많을 수록 내압이 증가한다. 내압이 90mmHg이상으로 상승하면 섹스가 가능한 수준이 되며 완전히 발기하면 최대 200mmHg까지 증가한다.
2. 발기 부전의 원인
발기 부전의 원인은 다양한데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알아보자.
1) 신체적 문제
앞서 보았듯이 발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음경으로 충분한 혈액이 들어와야 하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또 비만일수록 음경에 혈액공급이 어려워진다. 만성질환도 문제인데, 3대 만성질환인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을 비롯해서 혈액순환을 어렵게 하는 질환은 발기 부전과 관련성이 높다.
2) 정신적 문제
과도한 스트레스나 성관계에 대한 자신감 부족, 우울증 등이 발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3) 술, 담배 및 약물
술과 담배는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외에 근육량을 늘려주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도 발기 부전을 유발하는데,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면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성기능 자체가 퇴화하게 된다. 기타 SSRI계열 항우울제 등도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중에 비아그라/시알리스가 효과가 있는 것은 주로 1)번이며 3)번도 정도는 다양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반면 2)번의 경우 성적 자극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아그라로 직접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간접적으로 효과를 줄 수는 있는데, 예를 들어 부족한 자신감은 비아그라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3. 비아그라의 작용 원리
이제 신경전달물질이 음경해면체동맥을 확장시키는 과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게 비아그라와 관련이 있다.
성적 자극이 오면 음경해면체 내의신경 말단에서 산화질소(NO)가 분비된다. 이 산화질소는 구아닐레이트 사이클레이즈(guanilate cyclase)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키며 이로 인해 해면체 내의 GMP가 cGMP로 변화된다. 이 cGMP는 체내에서 평활근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혈관 역시 평활근으로 이루어진 근육조직이기 때문에 cGMP에 의해 음경해면체동맥의 확장이 일어난다. 이로부터 앞서 이야기한 발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단 만들어진 cGMP는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즈(Phosphodiesterase, PDE)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GMP로 돌아간다. PDE는 신경신호 2차 전달자인 cAMP나 cGMP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인데 동물의 체내에서 총 11가지가 발견되었다. 이 중에 cGMP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효소는 5,6,9 세가지이며 음경해면체에는 주로 PDE-5와 PDE-9가 존재한다. 실데나필(비아그라)과 타다라필(시알리스)은는 바로 PDE-5의 작용을 방해해서 cGMP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다.
결과적으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음경해면체 내의 cGMP의 작용을 강화해서 음경해면체동맥의 확장이 지속되도록 해준다.
비아그라는 원래 발기부전 치료제가 아니라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관상동맥은 매우 중요한 혈관이기 때문에 이 혈관의 확장과 수축에는 cGMP 외에도 매우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때문에 cGMP만 활성화시키는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발기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4. 효과적인 PDE-9 차단제인 카페인
앞서 음경해면체 내에는 PDE-9도 PDE-5 못지 않게 많이 존재하는데 아쉽게도 비아그라와 시알리스는 PDE-5만 억제하고 PDE-9에는 작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PDE-5에 더해서 PDE-9까지 차단하면 치료 효과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여기까지 읽었다면 다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놀랍게도 카페인이 PDE-9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하게는 카페인 자체가 아니라 카페인의 체내 대사산물인 파라잔틴이 PDE-9의 작용을 억제한다. 체내에 흡수된 카페인은 여러 대사 산물로 바뀌는데 대부분은(약 84%) 파라잔틴으로 바뀐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콜라, 에너지 음료가 발기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나름 관련 연구도 있다. 그럼 비아그라(시알리스)와 함께 카페인 또는 파라잔틴을 같이 사용하면 PDE-5와 PDE-9를 같이 차단하니까 발기효과가 훨씬 커질 것 같은데, 왜 카페인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지 않는 걸까?
이유는 PDE-5와 PDE-9의 체내 분포 차이에 있다. PDE-5가 음경해면체와 폐동맥 등 신체의 특정 부위에만 분포하고 있는 반면 PDE-9는 신체 전반, 특히 중추신경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체내에 섭취된 카페인의 여러가지 작용 중 상당수는 이 PDE-9 억제효과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체감이 될 정도로 발기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으로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해야 된다. 그런데 이렇게 섭취하면 온 몸에 존재하는 PDE-9의 활성이 모두 억제되기 때문에 당연히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카페인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하려다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ㄷㄷㄷ
그래서 카페인과 파라잔틴은 발기부전 치료보다는 주로 조현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정신질환 치료나 복부 지방 분해를 통한 비만 치료 등의 용도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다만 관련 연구에 의하면 커피와 같은 카페인 음료가 발기력 증진에 살짝 도움은 줄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 커피가 최음제로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게 완전히 잘못된 낭설만은 아니었던 것. 따라서 비아그라와 함께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약간의 부가적인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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